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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색의 실마리를 찾다

쇼팽 발라드 1번을 유학을 위한 입시 곡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곡의 질감과 악곡의 형식이 내가 관객을 설득 할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 기간 동안 나를 가르치신 선생님과의 첫 레슨에서 자신 있게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첫인상이기에, 꼼꼼히 준비했고 이 곡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곡이라고 여겼기에 나의 감상을 가득 넣어 연주했고,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연주를 끝내고 선생님의 첫 코멘트를 기대하던 순간 돌아온 말씀은 의외의 말씀이어 당혹스럽기도 했다.
"모든 한국인은 너처럼 쳐"
분명 비약이 있는 말씀이었지만 레슨을 통해 가르치고 싶으셨던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은 더 잘 알 수 있다. 오래 훈련되어 기깔이 나게 돌아가는 손가락과 정석적인 페달링과 다이나믹은 한국인이라면 전혀 문제없지만 이제 이곳에 왔다면 더 적합하고 좋은 소리, 나의 소리를 연구하길 권하셨던 레슨과 말씀들이었다. 내 음악의 가능성을 존중해주시면서도 내가 내는 소리에 대해서는 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만의 음색을 시도하는 여러 방법론 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페달을 빼는 작업이었다. 손과 건반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오직 손가락이 건반에 어떻게 닿느냐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지 생각 할수 있는 역량을 가르치셨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믿어주셨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리의 질감이 다양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질과 색깔을 조절할 수 있게 되니 듣는 귀는 더 자세해지고 상상하는 소리에 가까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선생님은 저명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직계 제자였기에 선생님의 음악은 소콜로프를 많이 닮아있었다. 레슨에서 시범을 보여주실 때마다 귀가 황홀했던 기억은 참 돌아가 고싶은 순간이다. 좋은 배움이 있었기에 매일 레슨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유익했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그래, 이게 네가 연구한 너의 음악이야"라고 하셨을 때 나는 음악을 이전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모든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선생님께 이런 지지를 받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에게 허락된 그런 인정과 성장의 시간은 내가 지금까지 음악가로 세상을 사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
글 홍유진 / 편집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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