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영_모란화병도_비단에 채색_44x36cm_2024_1,800,000
임수영_여름날의 추억_순금박 위에 채색_35x27.5cm_2022_1,500,000
임수영_오렌지빛 기억_비단에 채색_32x25cm_2024_1,500,000
임수영_동화의 나라_비단에 채색, 순금박 배채
임수영의 아트 노트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류(Paulo Coelho)는 "신의 웅장함은 단순한 것을 통해 드러난다."고 하였다. 반려동물의 목적은 간단해 보이지만 꿈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의 가치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인류에 대한 신의 축복 그 이상일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상실감을 경험한 우리 가족은 5년 전 시츄 강아지 순돌이를 입양했다. 그 이후로 순돌이는 내 그림의 주제가 되었다. 순돌이는 차갑고 텅 비었던 침대를 다시 따뜻하게 해주었고 세상을 다시 밝게 만들어주었다. 순돌이를 그리는 것은 언젠가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일기장을 간직하는 것과 같다. 나는 순돌이의 어린 시절부터 그를 그려왔다. 나의 작품은 모두 순돌이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뿐만 아니라, 우리 곁을 떠나 하늘로 간 강아지들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마음에서 탄생한다. 순돌이를 그리면서 순돌이에만 몰두하다 보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사라진다. 하지만 작업을 잠시 쉬고 몸과 마음을 릴렉스하고 싶을 때에는 순돌이 대신에 편안한 마음으로 꽃을 그린다. 어느 한 대상에 집중하는 만큼 긴장이 누적되겠지만, 가끔 다른 대상으로 시선을 옮기면 오히려 묵혔던 긴장이 해소되고, 원래의 대상으로 되돌아왔을 때 집중력이 더 강화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순돌이를 보면서 피어나는 꽃을 생각하고, 꽃들의 옹알이에 귀 기울이며 순돌이를 듣는다. 내가 그를 보고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의 총알총알한 눈망울은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이렇듯 순돌이와 꽃과 더불어 내가 지금 기쁨과 행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신이 내려주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보다는 은총일 것이다. 순돌이를 그리는 털 한 오라기 오라기는 감사의 기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