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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연말이 되었고 많은 이들은 원래의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혹은 머물고 있던 곳 보다 더 익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누구는 비행기를 타고, 또 누구는 차를 타고 그렇게 멀리멀리 설레는 길에 오른다. 그런 가운데 나는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무르고 있다.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탓에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를 자주 듣고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뻐근한 목을 뒤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며 저들은 어디로 향하는 건지 나는 언제쯤 저렇게 멀리 떠나볼 수 있을지 생각한다. 마침내 주어질 여유를 상상해본다.
한 곳에만 머무른지도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아직까지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무겁게 한다. 그 무게가 마음으로까지 내려오는지 짓눌리는 듯한 느낌은 늘 멀미처럼 밀려온다.
세상에 과연 위계를 만들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있을까 생각했다. 자유와 평등을 외치지만 사실 그 속은 텅 비어있다는 걸 난 경험함으로써 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 사이를 비집고 등장한, 그것은 빛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 그리고 미약하지만 존재를 알리는 작은 별들까지도. 인간의 손에 닿지 않는 빛들은 모두에게 공평히 내려지고 있었다.
묵음으로 위로를 건네는 빛으로부터 우리는 오랜 시간 치유를 받고 희망을 찾는다. 광명한 해의 빛을 받으며 다시 떠오를 달이 되길 소원한다.
(12.2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