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에 대한 접근은 다른 연주자와 함께하면 무대에서의 중압감이 줄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예원학교에서 처음 접했던, 하이든 피아노 트리오를 귀엽게 연주했던 그 추억에 기댄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앙상블 연주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늘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레파토리가 늘어가며 이 작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다른 연주자들과 부담을 나눈다는 개념이 한 시절 어린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피아노가 솔로로 나오는 파트는 더욱 기량을 드러내야 했으며, 바이올린 또는 첼로 등 현악기의 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노련함도 갖추어야 앙상블에 적합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느낀다. 피아니스트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음악의 중심이 되거나 안정적인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쩌면 솔로 연주 때보다 더욱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앙상블이 재미있는 것은, 연주자로서, 나 혼자서만 잘한다고 만사 평안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살아가는 방법과 개성이 각기 다른 것처럼 연주 또한 그런 것 이기에 서로 다른 이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하나의 음악으로 아름다움을 지향한다는 것은 어려운 동시에 함께 만들어간다는 즐거움이 있다.
2022년부터, 다가오는 18일 연주를 포함하여 6번째 공연을 함께 꾸려온 베루스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팀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주장하고, 맞춰가며 있었던 성장의 시간에 감사와 기쁨의 마음으로 기록한다.
글 홍유진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앙상블의 묘미란, 그들의 리허설을 참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뛰어난 연주자일수록, 때때로 리허설에서는 눈빛이 번뜩이며, 각자 사정이 너무나 깊어 절대 합의에 이를 수 없을 것만 같은 부부 싸움을 보는 듯 치열한 경합이 일기도 한다.
반면, 여러 의견이 드러나지고 조율하며 하나의 무엇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독주보다 입체적이고 오케스트라보다 더 자세히 악기의 역할과 색채를 구경할 수 있어 음악의 전개, 논리 등을 향유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숙련된 팀 안에서 작곡가가 구현한 주요한 프레이징이 연주자를 옮겨다니며 여러 모양을 뽐내일 때, 무게와 음악의 농도가 연주자 사이로 옮겨 다니는 것을 포착한다면 앙상블 음악의 "대화"와 "화합"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겠다.
오는 11월 18일 소속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홍유진이 그녀가 속한 팀, 베루스 트리오와 객석을 찾아간다. 어떤 매력과 호흡을 보이는지 각자 음악적 스타일과 상호 관계성을 호기심 있게 들여다본다면 더 입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