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온 초대전】
ㅇ 전시장소 : Gallery The ARTE 청담
ㅇ 전시기간 : 2024. 12. 14 - 2024. 12. 16
ㅇ 관람시간 : 10:00 - 17:00 (12:00 - 13:00 휴식)
ㅇ 총괄기획 : 이지호
ㅇ 주최 : ARTEWITH
ㅇ 주관 : Gallery The ARTE
ㅇ 도움주신분들 : Smartstone, YE, 이원석,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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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말 마시오】
우습게 부풀어 있는 얼굴의 형체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동화는, 예술가로서 기존 행태의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가식의 불가피한 사유를(事由)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거짓으로 꾸며진 말과 행동의 모호한 당위를 제시함으로 위로의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따라서, 팽창하고 있는 형체는 사회를 향한 비판적 지지와 애정을 보내는 시선으로도 느껴집니다.
어느 관람자는 어쩌면 일상 속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래, 그 사람의 가식은 참..”이라고 생각하며 예술의 풍자로 인해 고소한 미소를 지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작업의 주인공들은 뱉어내지 않는다는 면에서 기특하기도 합니다. 뱉어 내지 않는 것들은 아마도 그가 속한 사회를 위할 것인데, 그렇다면 그것의 내용물은 고마운지 모르는 말, 미안한지 모르는 말, 부끄러운지 모르는 말 같은게 아닐까 상상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김시온이 제시하는 주제란 – 말과 침묵 사이에서 가상의 경계를 횡단하며 유익한 구성원이 되어가고자 하는 노력이자 제안이라고 받아 들입니다.
이 해학의 구도 안에서 여러분의 일상을 관조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이해하기도 하며. 결국 애정과 친절함을 내세워 부대낄 수밖에 없는 우리네의 이야기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글 이지호
The shape of a funny puffy face catches people’s eyes.
The fairy tale depicted through his eyes begins with an understanding of the inevitable cause of pretension, not a demand for a revolution in existing behavior as an artist. It also takes the form of comfort by presenting an ambiguous justification for false words and actions. Therefore, the expanding shape is also felt as a gaze that gives critical support and affection to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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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at sense, I accept that the topic Kim Si-on is an effort and suggestion to become a beneficial member by crossing the imaginary boundary between speech and silence. In this humorous composition, we contemplate your daily life, hate someone, and understand. Eventually, we look back at our stories, which we have no choice but to accompany with affection and kindness.
Jiho Lee
1.
12. 14-16 김시온(Zion) 개인전
둥지
긍정적이고 절망적인 문장은
과연,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같은 땅, 같은 시간, 같은 보호자 아래 자라온 우리는
여전히 하나뿐인 존재들로 가득하다.
내 입 속 말들이 당신과 다를 것이라 예감한 순간,
나는 말을 삼켰다.
‘이 사람의 삶을 살아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해관계를 피해
그저 듣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어느 날,
뾰족하지 않은 둥그런 일로
폭발했다.
그럴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견딜 수 없었을까?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니,
수없이 쌓인 먼지들처럼
생각들이 쌓여,
모순된 자화상들이 목격된다.
내 안은 진실로 포장된 거짓들로 뒤범벅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 진실을 먼지 속에서 들춰내자,
내 소중한 공간은 일그러졌다.
내가 보금자리라 믿었던 곳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순간, 좁디좁은 둥지 속에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는
색깔 다른 새들이 보였다.
사실, 나는 모든 색을 반사하는 하얀 새일지도 모른다.
어떤 색도 될 수 없음을 알지만,
사랑하기에
그들의 색을 묻히고 있었다.
겉으로는 알록달록 예쁘지만,
결국, 나는 어떤 색의 새도 될 수 없게 되었다.
생각을 뱃속에서 꺼내자,
역겨운 느낌이지만,
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소중한 공간에 앉았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말의 먼지들이
귀로, 머리로 쌓이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삼키고 싶지 않은 다름들이 쌓이고 있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 색들이 나를 검은색으로 만드는 것일지.
겁이 나지만, 더 이상 나는 흰 새가 아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거짓과 거짓의 충돌은
세상 모든 혼잣말을 질식시킨다.
"좋아하는 걸 말해보세요."
"그래요? 우리 제법 잘 맞는군요!"
"우리가 이럴 줄 알았어요. 조금 더 대화해볼까요?"
여러 번 질문을 던져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아
나는 말을 삼킨다.
어느 순간,
다른 말을 생각하면서도
같은 말을 뱉는다.
겉으로는 멀쩡한 제스처,
수많은 시늉들과 함께.
아리송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즈음,
이미,
익숙하고 그럴듯한 거짓들이
소리 없이 사방으로 팽창한다.
뱉어버리려 해도,
보이는 값이 매겨지지 않는 둥지.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다.
모호해지기로 한다.
괜찮을 것이다.
근사한 돌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얼룩으로 커져버린,
비슷한 이들의 침묵으로 이루어진 이곳.
알맞은 재료이자 도구로 다듬어진 이들은
가장 보통의 모습을 가진다.
불그스름한 모양에도,
노르스름한 모양에도,
푸르스름한 모양에도
끼워 넣기 알맞다.
시간이 만들어낸 켜켜한 먼지들은
수많은 얼룩 되어
절망과 불투명함을 만들고,
그 모호함 속에
수많은 가능성을 남긴다.
화려한 모양, 뚜렷한 시절 벗어나
이리 둥글 저리 둥글 구르며
묻어난 수많은 얼룩.
사는 대로 이루어진 모습도,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 모습도,
시간이라는 얼룩에 빚어져,
결국, ( )가 계획한 대로
딱 맞는 조각이 된다.
비로소,
불투명하고도 모호한,
답답한 인내로 빚어진 세상은,
근사하고 우람하다.
작가 노트
이번 작업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복잡성과 그에 따른 심리적·정서적 충돌을 추상적 형상으로 환원한 결과물입니다. “둥지”라는 형상은, 본질적으로 인간 경험의 다층적 양상—타자와의 관계, 내면의 모순, 언어의 불완전성—을 압축하는 매개체로 설정됩니다. 이 둥지는 외부로 드러나는 형상적 완성도를 거부하고, 그 내부에서 무한히 유동하며 변화하는 감정의 격차를 내포합니다. 둥지의 변형된 형태는 내가 경험하는 일상적 삶과 그 속에서 겪는 불완전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은 ‘말’의 한계를 탐구합니다. 언어의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기 위해, 말은 ‘삼킴과 뱉음 사이에서 무기력하게 떠도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언어를 통해 소통을 시도하지만, 결국은 그 소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나아가 언어가 생성하는 ‘자기모순과 불완전함’ 은 결국 다채로운 ‘색’의 혼합을 유도하며, 그 색들이 서로 얽혀 불확실성 속에서 점점 확장됩니다.
<얼룩>은 이번 작품의 중요한 내러티브적 요소입니다. 얼룩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투명하고 모호한’ 형태로 변형된, 경험의 흔적을 의미합니다. 얼룩은 단순히 물리적 자국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 존재가 겪는 다양한 충돌과 감정의 변화를 상징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형태입니다. 이 얼룩은 ‘절망과 불투명함을 창출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서 비로소 ‘다양한 가능성’ 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역설적인 가능성은 ‘모호한 미래’와 ‘불확정적 존재’ 를 수용할 때만 가능하며, 이는 작품 속에서 ‘굳어지지 않는 조각’ 으로 표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