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브람스의 가능성을 조명하고 복돋아 주었던 슈만 부부. 특별히, 로베르트 슈만은 《Neue Zeitschrift für Musik》에 쓴 기사에 슈만을 향해 "그는 젊은, 새로운 거장이다. 그는 이 시대의 음악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숨겨진 보물을 밝혀줄 것이다."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브람스는 당신을 복돋아주는 두 스승을 향한 특별한 존경심과 친밀감을 가졌을 것이다. 더욱이, 14살 연상의 클라라에게는 더욱이 특별한 마음이었다고 추정되는데, 그것은 인륜(人倫)에 따라 예술로 승화하고 헌정하며 앞으로도 그의 온 정열을 창작에만 쏟았다.
슈만이 사망한 후, 그의 마음에 떠오른 것이 '독일 레퀴엠'이라 불리는 '무'(無)-'체험'(Gar Nicht) 을 작곡하며 그는 "현세에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레퀴엠을 바치고 싶다."(다시 말하면 '클라라 부인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다.
클라라가 77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브람스는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고 그녀의 죽음을 요약했다. 이듬해 4월 3일, 64세를 일기로 클라라의 뒤를 따라갔다. 사료에 따르면 요하네스 브람스 곁에 머무르고자 했던 몇 명의 여인들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그는 평생 독신이었다.
2025년 1월 12일 오후 4시, 1월 월간연주자 장은정, 갤러리 디아르테 청담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하다 보면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서 강조하는 듯한 프레이즈를 자주 볼 수 있다. 상상해 보자, 소심한 성격의 브람스가 자신의 세계에서나마 표현하고 또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감상이 들어 그 사랑과 우정의 뜨거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음악가로서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고 경험했는지에 따라 작곡가는 작품 속에, 연주자는 연주로써 드러내고, 드러나진다. 슈만의 가곡 속에 클라라를 위한 멜로디가 들리고, 브람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뜨거움과 간접적인 갈망으로 그들의 내면적 교류는 어떤 색채였을지 떠올리며 구현한다.
그렇다면 "나"라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전해질까. 내 연주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고, 전해질 것을 가다듬으며 두 번째 음악가 노트를 기고한다.
이번 독주회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기조는, 또다시 찾아온 새해와 한 해의 시작을 기념하며 앞서 내 인생에 함께해주신,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헌정>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섬세하고 향기로운 손으로 쓰인 각 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세 작품’이라 극찬 받은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낭만주의 작가의 단편집에 영감을 얻어 글로 쓰는 문학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된 문학작품으로 시도한 로버트 슈만의 <Fantasiestücke>. 마지막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체념적으로 그리고 정열로 완성 시키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관객 여러분과 이 글을 보시는 많은 애호가 분들과 연주를 통해 이러한 기념을 나누고자 한다. 밀도 있는 연주로서, 예술현장을 찾아오신 분들께 보답하겠다.
글 장은정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