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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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취미가 아닌 전공자라는 압박은 이런 곳에서 드러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림에 채우기보다 누군가에게 설득시키고 말하고자 하는 마음은 의무가 되어버리고 핑계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한마디 던지는 것은 주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체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의 낙원’이 아닌 ‘우리의 낙원’으로.
학창 시절, 미술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은 채울수록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빈 곳이 보이면 채우고, 일순간 멈추고 싶어도 멈추어 서는 안된다. 누군가가 들이미는 잣대는 늘 옳았기에, 지금껏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나를 증명해 내고 있었다. 내게 ‘채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가 말하는 틀에 나를 꾹꾹 눌러 담아 채운다. 그렇게 한참을 삐져나오진 않았을까 스스로를 주시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때문에, 난 더 이상 빈 곳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
예술은 인간의 또 다른 정체성이기에, 누군가에게 진정한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 눈길이 가게끔 만드는 요소들을 배제하고, 내가 원하는 주제만 온전히 바라 볼 수 있도록. 나를 드러내기 위해 감춰진 것들을 드러내고, 드러내어 만들어진 형태는 아주 단순하고 완고하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에서 ‘자연은 본래 빈 곳을 싫어한다’는 말을 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도 잡초가 자라나 채워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다. 그 책에서 중요하게 외치는 것은, 사람도 똑같다는 것이다. 내게 채워져 있는 것이 비워진다고 해도 자연은 다른 무언가로 나를 채울 것이다. 나의 일상이 무뎌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누군가의 일상이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아름다워 보였으면 하는 나. 그런 나를 위해 여백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