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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연

정서연 / 죽은 _를 위하여 / oil pastel on canvas / 45.5*33.4 /2024 / 600,000
정서연 / way /oil, oil pastel on canvas / 30*30 / 2024 / 800,000
정서연/connect/oil pastel on canvas/116.8*91/2022/4,000,000
거창하거나, 집어삼킬 듯 다가오거나, 화려하거나, 거대한 무언가는 아니여도, 그 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무수한 생명들이 존재하고, 그들만의 질서가 있으며,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익숙하고, 매일 같고, 흔하며, 평범했던 순간들, 또 변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곳곳은 매일 같이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또 죽어가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몰랐던, 혹은 알고싶지 않았던 그 순간에 집중하고 담아낸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설 때, 혹은 그 속으로 들어가 강제적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는 자연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 곳에서 우리는 결국 이방인이다. 우리의 피와 살이, 세포의 조직조직이 자연의 그것과 같고 닮아있다 하더라도, 내 손이 닿는 곳, 발을 내딛는 그 순간, 나로 인해 무엇인가 뒤틀리고 망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허물, 내가 덮고 있는 것. 그리고 나조차도 허물로 가득히 뒤덮혀 있다.한겹, 두겹이던 것들이 어느새 늘어나 화면을 가득 메우고, 또 어느새 나 자신이 되어있었다. 겹겹이 쌓인 허물들을 벗겨내고 찢어내고 털어내면 그 안엔 온전히 ‘나’라는 알맹이가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을 것인가.
내가 바라고 찾고자 하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허물을 부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것. 그러다 그 또한 ‘나’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이 허물은 허무하지 않다. 허물은 세상이며,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 그 속에 본질이 있으며 그것이 진짜라 말하지만, 우리는 보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 본질을 보았다 한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허물 또한 그 전부에 포함되니, 허물 또한 나인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허물, 껍질, 껍데기, 겉을 벗겨내고 나면 그 속에는 진정한, 참된, 진실의 ‘내’가, ‘진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표피를 벗겨낸 속살에는 진정한 내가 있는가? 그 이외의 모든 것, 그 전부 드러내면 진정한 내가 남는가?
그럼 ‘나’는 어디 있는가. 그 속에 진짜 ‘나’라는 존재는 있는가? 그리고 그게 진짜 ‘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쩌면 이 모든 허물이, 내가 부정하는 것들이 진실이고 참이자 진리인 것은 아닌가.
적어도 드러나 내 피부에 맞닿는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