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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욱

하종욱/ calm9/ mixed media/91x116.8/ 2022/ 10,000,000
“무상한 세상에 대한 사랑을 담다.”
예술가는 무엇 인가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 느낌에 이끌려 작업을 한다.
난 무상 함을 느끼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고 그것들 중 나의 무상 함을 자극하는 소재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업은 무상 함에 생의 에너지를 부여하려고 애쓰고 그 결과물을 통해 관람자들과 함께 자신의 삶에 대한 3자의 시각을 공유하려고 한다.
내 작업은 봄이 되어 다시 피어나는 새싹을 보며 가련함을 느끼면서 시작되고, 한여름의 울창한 숲을 보며 치열함의 애잔 함에서 시작되고, 늦가을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 마지막을 앞두고 잠시 화려해지는 색상이 마치 인생의 말 년에 잠시 존재를 부각 시키다가 끝을 마지 하는 화가의 삶 같다는 생각에 우울감서 시작되기도 한다.
나무작업을 하다가 나오는 부산물인 대팻밥을 보며 서글픈 내 삶이 느껴져 몇 년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유리창에 반영된 굴절된 도시의 풍경을 보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측은함을 느껴서 한동안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무상한 인생에 대한, 무상한 삶에 대한 측은함을 느끼고 있었고, 한계가 있는 시간 앞에 이 순간을 좀 더 값지게 살고자 애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곧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 연결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단지 그 것뿐이다. 유일한 존재들인 것이다. 단지 생을 부여 받으므로 인해 소멸의 쓸쓸함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생물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도 언젠가는 마모되고 쪼개져서 사라지게 된다. 생의 길이가 차이가 날 뿐 모든 것은 변화를 거쳐 사라지게 된다.
길에 핀 잡초는 어떤 날 내게 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터져 나올 듯이 붉은 꽃은 내게 열정의 힘을 주고는 나와 이별을 하고, 늦가을의 노란 은행잎은 삶의 끝자락을 보여주며 오늘을 돌아보게 하고는 힘없이 땅으로 떨어져 그저 내기억에만 존재하게 한다.
나의 부모님도 인생의 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저 세상으로 떠나 가셨고,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도 사랑의 결말은 아픈 것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먼저 가버렸다.
이처럼 내가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내 곁에서 함께하는 모든 것들은 변화를 거쳐 언젠가 나와 이별을 한다. 그리고 결국 나 또한 이별을 고할 것이라는 무의식속의 진실이 그들을 애잔하게 바라보게 하고 그들 로부터 내가 무상한 존재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라 보인다.
삶은 끊임없이 만나고 이별을 한다. 나 외의 모든 환경과의 이별도 하지만 나의 유년시절과 청춘과도 이별을 한다. 어제 와도 이별을 하고 지금 이 순간도 곧 이별을 하게 된다. 시간은 무심하게 흐르기만 하고 그 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에게 만남의 짧은 인사를 남기고 이별을 하며, 기억속에만 남겨진다.
난 이런 무상한 세상의 이치에 대해 무의미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한 애정이 가고 이런 애정을 자극하는 모든 대상물과 사건이 사랑스럽고 그 들과 함께한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져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음을 안다. 우리의 인생은 주어진 시간의 한계안에서 이곳의 삶을 알아가다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여행자인 듯하여 난 인생은 시간여행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
이 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평온 연작 중 9번 작품은 겨울을 앞둔 은행나무의 노란색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삶의 황혼기에 잠시 아름답게 빛나는 작가의 삶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작업을 하게 된것이다. 작가의 삶 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습도 그렇다는 생각에 지금의 삶에 대한 깨우침이 생겼고 이로 인해 평온한 마음을 얻게 된 이야기다. 전 인생 중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오는 사람들에게 노란색으로 따뜻한 위로와 포근한 안식처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작품의 재료는 한지가 주재료이며 페인팅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