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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내가 보는 세계는 진동하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세계이다. 이 움직임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적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세계를 형성하는 추동력, 응축되고 폭발하며 잔류하는 기세를 그린다. ‘힘’, ‘기세’를 떠올려보자면 땅과 수면을 울리고 찢는 파동, 어떠한 전개를 갖고 흐르는 기류, 주변을 흡수 하거나 반발하는 전자기장 같은 것들이다. 이를 휘몰아치는 자연의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동판의 거칠게 흐르는 선들로 표현한다.
자연의 거친 형세, 자연의 외관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힘에 집중하며 폭풍전야같이 고조되는 긴장과 고요함의 순간에 닿고자 한다. 그 결과 전류와 같이 거칠고 첨예한 선이 가로지르는 화면을, 폭풍의 기류와 잔류가 고이고 흘러가는 세계를 마주한다.
자연의 동세는 파동, 소용돌이와 같은 형세를 낳는다. 작은 점과 선으로부터 시작하는 무수한 결들의 소용돌이는 작가가 포착한 자연의 원형적 순간들이다. 이 작은 편린들은 관객과 만남으로서 드넓은 서사와 형상의 행렬을 겪으며 팽창한다. 에칭 잉크의 진득하게 고인 어둠으로부터 뿜어진 결들을 따라 시선을 옮길 때 어떠한 범람과 풍랑의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이는 에너지의 바다이다.
한 점의 세계 속에는 정지와 운동이, 미시와 거시가 공존한다. 눈 쌓인 정경 속에서 샘물이 쉼 없이 녹아내리고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무언가가 계속 들끓고 피어오르고 있다. 빙하 역시 이와 같은 고요하고 내밀한 운동을 통해 심해의 맥동을 퍼트린다. 출품한 두 작품은 이러한 “빙하:glacier” 연작의 일부이다. 날렵하고 거친 동판의 선과 부드러운 한지의 대조가 수축과 팽창 운동, 고요함 가운데 퍼지는 맥동의 감각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