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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자기보다 몇 배나 무거운 짐을 지고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달팽이에게는 느릿느릿 느림에도 나름의 속도가 있다.
빠름이 미덕인 세상에서 가끔은 느리게 살아가는 것 천천히 걸으며 보아도 세상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보다 보지 못하는 더 많은 것이 있다.
나에게는 하늘에서 주신 소중한 선물인 두 아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픈 손가락이자 예쁜 손가락인 딸이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딸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눈물도 흘렸지만, 느릿느릿 하나씩 가족의 도움으로 터득해나가는 딸을 보며 행복함도 두 배로 느꼈다.
이런 딸을 보며 달팽이를 연상하였고 또한 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나의 그림에 달팽이를 형상화하여 시각화시켰다. 유화 물감으로 블렌딩 하여 부드럽고 모호한 분위기로 그렸으며 바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을 하였다.
달팽이는 온 세상을 누비며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가족의 힘은 크다 어떤 형식으로 든지 가족의 존재 가지는 크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난관을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 준다.
꽃과 새싹 식물들은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결실을 맺기 위해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피어나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힘들고 고된 과정 없이는 좋은 결실을 만들지 못한다. 달팽이는 힘들게 짐을 지고 느리지만,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간다.
서둘러 간다고 더 좋은 꽃을 피우는 것도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닐 터, 삶은 느린 호흡으로 자세히 보아야 한다. 무거운 것에는 이유가 있고 우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저곳을 누비는 달팽이에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다. 느림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달팽이가 진정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빨리 간다고 해서 꼭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다는 법은 없다. 빠르게 빨리빨리 변하는 시대와 문화 속에 자기만의 시계로 자기 속도에 맞게 걸어가는 달팽이는 우주가 정한 시간에 결코 늦은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