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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성서는 신학적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성서는 가장 먼저 쓰여질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시대를 초월해 전 인류를 향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도 한데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해결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위트와 감각이 만들어집니다.
한국과 전혀 다른 자연 환경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낯선 관용어구가 무슨 의미일지 고민하는 동안 이미지가 내재화 됩니다. 배경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나선 알기 전과 후에 차이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제 그림은 그런 탐구 과정을 그려내기도 하고 탐구를 마친 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성서 속 의미들을 발견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재료의 선택은 신앙의 경험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성서에선 보통 신, 생명, 의로움을 빛으로, 죽음, 죄를 어둠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지의 맑은 빛과 먹의 어두움에 성서의 표현 방식을 대입해서 재료를 선택했습니다. 한지의 묘한 빛깔과 먹의 다채로운 어둠이 의로움과 죄를 딱 잘라서 분별하기 어려운 삶의 복잡함을을 잘 담아내줍니다.
그러면서도 단순하게 두 가지 재료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성서가 전달하는 진리의 심플함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지는 안료를 흡수하는 성질을 지녀서 수정이 어려운데, 이런 재료의 성질이 마치 실수가 쌓이고 쌓여 완성 되어져 가는 우리네 삶을 닮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