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home
NEXTPROJECT
home

뜨리현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와 상대방이 다치고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나는 따뜻한 실로 부정적인 감정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나는 이제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묵혀둔 감정을 풀어내며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바늘과 실이다. 날카로운 바늘이 천을 기워내며 형상을 만들고 떨어져 있는 물체를 봉합한다. 날카로운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는 모순적이게도 다채롭고 포근한 실들이 채워진다. 떨어져 있는 물체를 봉합해서 연결하듯이 주변인들에게 나의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작업으로 공감을 나누면서 사고를 넓히고 싶다.
내 팔보다 더 긴 실을 사용할 때, 팔을 여러 번이고 쭉 뻗어야 한다. 혹은 긴 실로 인해 작업은 고정해둔 채로 이젤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실을 새긴다. 이 과정에서 실이 엉키기도 한다. 엉킨 실은 세게 잡아당기면 더 단단히 묶여서 풀 수 없다. 엉킨 실을 마음을 달래듯이 살살 다루며 풀거나, 꼬인 선은 시간을 다시 되돌리는 것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 푼다. 이 방법으로도 실이 풀리지 않으면 결국 미련을 버린 채 가위로 잘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에서는 캔버스 앞면만 보이지만, 작업과정에서는 캔버스 앞뒤를 신경 쓰며 실이 서로 걸리지 않는지 확인하며 작업을 한다. 그리고 뒷부분에 매듭이 풀어지지 않게 여러 번 반복해서 매듭을 짓는다. 반복적인 작업에서 나는 상념과 집착들을 내려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