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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은

<감정 방치>

나에게 ‘이끼’란 ‘비록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지만 자연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 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오히려 ‘너는 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니?’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끔 만들었던 존재였다.이끼에서 시작한 나의 감정을 이번 작품에서는 ‘녹’ 이라는물성을 더하며 녹슬어 가는 관계로 확장 시켜 그려보려 한다.
내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관계이자 그때의 감정이다.
이끼와 녹,둘 다 습한 곳에서 나타나며 한번 생기면 번지기 쉬워 제거가 힘들다는 특징은 한번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해도 쉽게 그 감정을 없애기 어렵다는 관계의 특징과 유사하다.이미 지난 일들이지만 안 좋은 기억들이 자꾸만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내 감정을 그때 온전히 다 쏟아내지 않고 일부 삼켜 마음 속 어느 한 켠에 방치해 왔기에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그렇기에 녹슬어가고 결국 부서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점을 관객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부식 페인트를 발라 작품을 만든다. 부식된 이끼들과 판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체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부식시킨 것은 모두 폼보드이다.폼보드의 가벼움은 부식 페인트가 발림으로써 무거운 존재로 바뀐다.가볍게 생각했기에 외면하고방치하며, 회복하기 어려운 무거운 존재로 만든 것은 아닐까.
사람마다 방치하고 있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당신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