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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작가노트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돌볼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럴수록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그렇게 기록된 기록물들이 지금의 작업이 되었다. 어딘가 모가 나있던 감정도 반복되는 붓질을 통해 잘 다듬어 남겨두고, 엄청난 환희라 생각되었던 감정들도 겹겹이 쌓이는 색채를 통해 잘 눌러 담아 하나의 ‘감정 응집체’이자 내 마음의 지도를 만들어 본다.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이미지로 남겨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점점 작가 본인의 내면의 소리와 ‘내가 정말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 감정을 켜켜이 쌓아 작업에 담아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인 것 같다.
평소 주변의 환경과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만큼 내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것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 등이 작업에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준다. 추억이 담긴 사진과 이미지를 조합해 형태를 만들고 채색할 색상을 선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작업을 통해 보다 많은 사고와 본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네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것이 정확하니?’, ‘너는 그 순간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니?’와 같이 내 두루뭉술한 감정을 좀 더 구체화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직면하기 위한 질문들을 통해 변화하는 생각과 감정을 변화된 색채로 작업에 나타낸다.
감정을 곱씹을 때면 느껴지는 본인 스스로도 놀라운 해석과 후회들을 잘 감싸 안고, 작가 본인도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에서 요즘은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당시에는 아픔이고 상처였던 일들이 지나고 나면 사랑이고 애정이고 관심이고 누군가의 소통을 위한 희생이었음을 깨닫는 등의 경험을 거치니 감정과는 뗄 수 없는 인간관계 속 교류와 연결, 흐름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합된 풍경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쉬워진 모습을 되돌아보며 잘 소화하지 못해 부유하는 감정들을 작업을 통해 마주하고 현재와 과거를 되돌아보는 움직임 자체가 작가에게 큰 위안을 주는 만큼 작품을 관람하는 분들 또한 자유로운 마음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본인에 감정에 충실한 상태로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