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리 / 네 세계 / 캔버스에 유화 / 33X53cm / 2024 / 690,000원
김송리 / A Place of Sublimity / 캔버스에 유화 / 45X53.5cm / 2021 / 690,000원
“A Place of Sublimity, 2017~2021”
연작과 현재의 “Layering”에 대하여
내 작업의 시작은 인간의 부재다. 사고로 인해 인간 존재가 한낱 물질 덩어리로 해체되는 순간을 목격 하였고, 주변인들의 사고사를 여러 번 겪은 뒤 나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게 되었다. 그 사람들의 영혼이 있다면 그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려 하였고, 그 공간은 곧 숭고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후 초기 작품의 주제인 '부재'와 '죽음 그 너머'는 곧 현시 불가능 한 것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시 불가능 한 것'이 숭고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재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숭고가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작품 안에 배치하였다.
특히 ‘대자연’은 숭고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판단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였기에 <A Place of Sublimity, 2017~2021> 연작은 흰 캔버스 위에 자연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후 색을 덮어 올리는 과정(Layering)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나는 색이 올라간 뒤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에 주목하게 된다. 작품 안에 보일 듯 말 듯하게 비춰지는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불편함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이는 숭고의 부정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또한 작품을 관람할 때, 멀리서보면 파란색 화면일 뿐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들을 발견하기를 의도하였다.
기존 작업에서 보여지는 색을 덮어올리는 과정(Layering)은 이어진 신작에서도 진행된다. ‘레이어링’은 얇은 레이어를 수없이 반복하여 올리는 과정인데, 이는 캔버스 내 공간을 현시 불가능한 무언가로 만들고자 하는 막이며 몰입행위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현존하는 이야기는 레이어링을 통해 ‘그 너머’의 이야기가 되고 현재이던 것들은 현실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수없이 덮어 올림을 통해 기존 이미지가 가진 구조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