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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

작가노트

나는 사람들의 관계와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사이의 것’을 관찰한다. 사회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이미지의 형태로  수집하고 보관한다. 나의 그림은 시간에 따라 축적된 이미지와 정보를 재해석하거나 번역한 것들로 구성된다. 축적의 과정을 거치면서 쌓인 다양한 성격의 정보들은 대중에게서 친숙함을 이끌어낸다. 나는 이런 특성을 가진 정보들을 통해 낯설고 잊혀진 것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상기되어진 것들은 현실감을 극대화하여 형이상적인 세계로 관객을 유도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그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종교화와 그 속의 도상, 즉 아이콘 이라고 생각하므로 이를 재해석한 이미지를 만든다.
나의 주된 작업은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그려내거나 콜라주를 통해 특정 장면을 평면에 구체화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두 종류의 작업은 초현실적 인상으로 관중에게 최대한의 현실감을 일깨워준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인간과 비슷한 유사 존재를 그리는 작업은 주로 종교화의 구성을 빌려온다. 유사 존재들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자아성찰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 작업은 오랜 시간 사람들 사이에 규칙과 법도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왔던 것들을 재해석하고 인간이 아닌 것들을 인간으로 장식해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유사 존재들은 마치 신처럼 귀한 보석들과 부드럽고 귀한 옷감들에 휘감긴 이미지 속에서 대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종교적 도상의 인용이 주는 익숙한 구성과 조형감은 첨예한 도구가 되어 새롭고 낯선 것처럼 조금 더 쉽게 관객의 의식속으로 침투하게된다.
반면 콜라주 작업은 비교적 추상적이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색의 조합, 표식, 형태 등을 가진다. 유사 존재를 그리는 작업과 달리 콜라주 작업은 재료가 되는 이미지들이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그 세계 속에서 중첩된 이미지들은 꿋꿋히 고유의 정보와 성질을 보존하고 있다. 바라보는 관객이 현실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 속에서, 이 이미지들은 일그러지고 그 색과 형태에 변화를 겪는다. 콜라주된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로 이주시킨 결과로 변형된 상들은 중첩의 과정에서 색채의 관(觀)로 전환되어 기존의 목적과는 다른 정보와 방향성을 띄게 되며, 스쳐지나가는 정보가 가진 휘발성을 잃게된다.
나에게 그림은 근본적으로 개인적 욕망의 표현이자 행위의 결과물이다. 나의 작업 속에는 방관자, 관찰자, 그리고 외부인으로서 다수를 지켜보는 내가 있다. 다양한 규모의 사회집단과 개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한 각각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나를 통해 이미지로 화하여 드러난다. 나는 앞서 언급했던 해석을 바탕으로 평면에 세계와 환경을 재구축하여 사람들에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종교에서 발원한 친숙한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은 소통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된다. 종교가 내세로 대표되는 현실 이후 혹은 비현실에 대한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나의 작업은 이를 환기하며 사회와 대중의 해석과 그들이 현실로 귀환하는 것을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