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형태에 관심이 있다. 빛의 일시적인 순간에만 존재하는 특성과 그 속의 잠재적 의미를 찾아보는 작업을 한다.
빛이 일렁이듯 감정 또한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성격을 지닌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유된 대상의 이미지로 인해 우리는 대상을 본인이 느끼는 대로 인식할 수 없다. 실재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인식의 개인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기존의 지식으로 대상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바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질 그 자체를 이르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의미와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이 진정한 결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의미와 형식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의 원형이 무엇이었건, 본래와 멀어진 형태들을 의미를 잃어버린 껍데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순을 밟아 개인의 본질을 담는 형식을 만들어 낸 것이 ‘분리된 기표’이다.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내포한 원본과 동떨어진 이미지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빛을 함의한다. 대상의 ‘분리된 기표’는 실재와 달리 빛으로 분열되어 발화된다.
작업의 소재와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나 발화된 형상에 대한 거리감은 관람자 개인에게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재경험 된다. 이는 대상을 다층적이면서도 우연으로 만 드는 기능을 한다. 또한 짐작하기 어려운 빛의 거리감을 페인팅이라는 가교를 놓아 내가 기록한 측정치를 제시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로써 나는 의미를 찾으면서도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극명한 어둠 속에서 빛의 존재가 강조되는 것처럼 사적인 경험과 감정 속 에서 관람자에게 발화된 기억을 덧씌워 개인의 세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또, 그 경험이 메타적 차원에서의 감정적 공유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