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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싱엔국립음대 첫학기 후기

2023년 9월 24일 오후 7시 00분
교수님께서는 잘 듣는 것에 대해 강조하셨다. 아직 예전 연주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저 손가락만 체육적으로 돌릴 때마다 교수님은 내 연주를 멈추시고 귀에 손을 대시며 “들어”라고 말씀하신다.
때로는 들을 때와 듣지 않고 손으로만 칠 때의 차이를 경험하기도 한다. 프레이즈의 자연스러운 마무리, 순간적으로 음악의 색채를 바꾸는 일, 프레이즈들의 요소가 튀어나오지 않게 레가토 하는 것 모두 끈질기고 예민하게 듣는 것에서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 선생님의 계획이 아닌 “내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졸업을 위해서 Kammermusik(실내악)을 필수로 연주해야 한다. 실내악은 다른 악기의 소리를 염두에 두며 내 소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듣는 일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소리를 다루는 일에 있어서는 듣는 일이 시작과 끝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안다. 하지만 진심으로 내가 내는 소리를 알고 음악을 전개하는 일은 당연함이 무색하게도 어렵고 깊이 있는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첫 번째 방학이 지나가고 있다. 첫 학기는 빠르게 레파토리를 확장하는 것에 집중 했다면 다음 학기는 비교적 적은 작품으로 깊게 파고들어 내 음악의 색채를 꾸려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글 신예원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자신의 작업을 귀로 치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음악가의 기본인 것처럼 우리는 삶의 시간이 내고 있는 소리를 치밀하게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있고, 지금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 인지 귀를 기울여 우리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더 아름다운 선율을 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이지호
신예원, ARTIST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