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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수

작가노트
이상과 현실의 경계의 어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아예 상상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아닌 두 경계에 놓여있는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살아가면서 남긴 단편적인 기억들은 캐릭터, 구체화되지 않은 형상, 텍스트와 같은 도상으로 조각내어 드러난다. 모순적인 이미지들에 관심이 많았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공포스러운 행동을 하는 존재, 알록달록하며 기괴한 형상들과 같은 기괴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도상들은 그림 속을 유영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속 여러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도상들의 소통하는 모습을 따라가며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관조한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상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즐거운 세상이 되기고하며, 암담한 세상이 되기도 한다.
배치된 도상들은 작품의 순간적인 해석을 방해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하나의 교훈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것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자세라 생각해왔고, 시야가 좁고 한 치 앞만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져왔다. 그러다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와 내 주변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관찰하는 미시적 관점을 지니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회화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통해 먼 시야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작품이 아닌 가까이서 여유롭게 감상하며 각자의 관점에서 작품을 예측하고 집중할 수 있는 회화에 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