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고독>
늘 그렇듯, 여느 많은 날들의 글쓰기 방식처럼, 며칠 내내 이어지던 삶에 대한 아니 내 운명에 대한 상념 중 토하듯 터져 나온 “절대고독”. 왜 이렇게 숙명처럼 따라다닐까.
<제인 에어>의 “황무지”. 모세의 “광야”. 절대고독자에게 황무지란 숙명적 장소이며 숙명적 시간인 것은 어릴 때부터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마치 ‘멜랑콜리아‘처럼, 슬픈데 한편으론 또 좋은 것, 분명 우울함인데 나에겐 이상하게도 설레는 것. 발터 벤야민이 <독일 비애극의 원천>에서 말한 멜랑콜리아의 힘(=창조의 원천)을, 어린 아이였던 내가 이미 알았듯이 황무지도 이렇게 끌리는 건, 분명 우리 인간에게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 터였다. 바로 “생의 도약(elan vital)”(<창조적 진화>, 1907, 앙리 베르그송)을 이루어내는 장소이자 시간은 바로 황무지에서 이다.
타고난 재능, 고정된 장점 말고 타고난 결점, 바로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고정되지 않는 그 지속적 시간, 바로 그 황무지에서의 시간이 그 사람이 생의 도약들을 이루어내게 하고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Jelan Vital 2023 작업 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