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형

과거는 팩션이다 끊임없이 재구성되므로 팩트이고 픽션이다.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바람을 일으킨다.
피해 갈 수 없는 바람처럼 과거는 계속해서 현재로 불어온다. 희미한 기억에서 마치 사라지는 듯한, 하지만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 알 수 없는 과거의 바람은 나에게 무엇보다 신비한 판타지이다.
현재의 나의 시점에서 매번 윤색되는 지나간 이야기들은 다양한 색채로 지금의 삶에 안착하려 하고 있다.
과거는 과연 사라지는 것일까?
잊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나로 인해 변화할 뿐 모든 나의 삶에 각인되어 있다. 어떤 기억이라 해도 나의 현재의 삶에서 돌아보고 방향을 바꿔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불행과 행복, 내가 겪은 수많은 일들이 결국 나를 엮어갔으니 그 뿌리로 하여금 지금도 앞으로도 건강한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성장하려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다른 생명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과거는 지나갔다. 그 과거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부끄럼 없이 동화되도록 해야 한다. 나를 관통하는 바람처럼 그리고 끝나지 않는 바람처럼 과거는 계속해서 불어올 테니.
나는 과거, 현재,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순간은 판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