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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즈

그동안 ‘돌출회화’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의 평면성과 반대되는 회화적, 물질적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전 작품들이 부피감과 재료의 다양성, 구성적 실험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 작업은 돌출회화의 기법과 작업관을 유지하면서 특정 색감과 구체적인 자연 풍경을 드러내는 여러 연작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내가 그리고 있는 것이 어떤 풍경인지, 작업 방식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은 몽환적인 색감이자, 회색 도시와 초록 숲, 하얀 벽으로 둘러 쌓인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초현실적인 색이다. 보랏빛의 설경과 일렁이는 푸른 바다, 벚꽃이 만개한 붉은 숲은 고민과 두려움, 후회, 불안함이 가득한 현실의 나를 그 이면의 세상 속에 위치하게 해 준다.
돌출회화는 회화적 양식 안에서 재료를 쌓아 올리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화면 내의 공간구조를 재구성한다. 매 순간 우연적으로 축적되는 물감 덩어리들은 제 각각의 모양들이지만 겹겹이 쌓이면서 서서히 밀도와 두께감을 형성한다. 미완으로 남겨진 수많은 과거의 경험들이 때로는 후회로 밀려오지만, 한순간의 결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긴 시간 빈틈을 덮고 채움으로써 언제든 작품 각자의 모습으로 완성을 이룰 수 있는 작업방식은 내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정원과 숲, 바다, 설경 등으로 이루어진 붉고 푸른 풍경들은 특유의 색감과 재료, 돌출하는 물성을 통해 여러 질감과 빛깔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은 수많은 과정이 깊이를 만들고 관람객과 작품이 직접 조우하는 순간에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