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바다가 일터였던 사람들의 분주함을 보면서 자랐기에 연필을 들면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렸다. 푸른 바다 에서 수영하는 아빠를 시작으로 바닷속 어딘가에서 뛰어놀던 상상의 물고기도 그렸다. 허무함과 뿌듯함이 내 가슴에 머물 때에 도 어김없이 그 물고기를 그렸고, 손끝에서 그려진 그림은 늘 위로와 칭찬으로 변하여 나에게 돌아왔다. 점점 세상의 이치를 그림 속에 넣으려는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집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난 오늘도 고요한 바다를 떠올리며 잔잔한 물결 아래에서 슬금슬금 헤엄치는 그 물고기의 동작을 그린다. 그 몸짓의 의미를 색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