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직한 사람일까? 믿음직한 이 문장을 조금 곱씹어 본다면 참과 거짓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거짓말을 정말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거짓말만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이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기에 화자가 비장한 목소리로 다짐했는지, 어깨를 어설프게 구부렸는지 관찰하고 의심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쉽게 흐려지고 저물고 대체되는 모습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것도 온전하지 않은 얄팍한 세상에 놓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진실로 믿고 있는 것들이 때로는 우연이 만들어낸 일일 수도, 우연을 가장한 누군가의 조작된 행위일 수도 있다. 내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던 일들 또한 거짓말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당연하게 보거나 듣는, 함께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당연한 것들은 없다.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는 균열을 모아 당연한 것들이 갈라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벌어진 틈새를 슬퍼하며 메우는 사람이나, 거대해진 구멍 속으로 몸을 던지며 웃는 사람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