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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룻 한번 해보겠니?

2023년 11월 12일 오후 6시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피아노과 바이올린을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배운 탓인지 학습이 계속되지는 못했다. 어머니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셨고 그렇게 새롭게 잡게 된 악기는 플룻이었다. 또래에 비해 호흡을 올바른 음정을 위해 사용하는 법을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친구들과 앙상블을 할 때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모여지는 화합에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었다. 악기 소리가 한곳에 모여 공간이 음들로 가득 차는 쾌감은 내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피아노, 바이올린을 익힐 때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플룻은 내게 줬기에 소위 이야기하는 큰 선생님을 찾아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민아 너는 울림통이 좋아 소리를 잘 찾으면 좋은 연주자가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고다. 어느 날 레슨 중 선생님은 내가 낸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시며 놀라시고는 “민아야 그 소리야. 공기 중에 네 음색이 퍼지는 진동을 느껴봐.”라며 감탄하셨다. 그날은 잊을 수 없다. 내 호흡이 구현하고 싶은 음색과 진동을 플루트에 가득 담겨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그 느낌.
어쩌다 한번 악기를 통해 이상적인 순간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을 경험하니 소리를 내는 대부분의 시간에 불만과 답답함이 피어났다. 그 순간을 다시 만들고 싶은데 마음 같지 않았다.
유튜브나 티비에 나오는 스타 연주자나 콩쿨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연주자와 나를 비교하며 조바심과 두려움에 천천히 자신감을 잃어갔었다. 마치 사랑했던 단짝 친구가 나와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이 마음이 아팠던 시간이었다.
다음 노트에는 예고와 학부 때 나름의 성장을 일궈갔던 시간을 기록해 보려 한다. 독일에 나와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현재까지를 돌아보면 참 쉬운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비바람 맞고 자란 나의 음악적 자아는 그렇기에 단단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동시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지난 시간의 내가 안타깝기도 하다.
글 유민아 / 편집 이지호
유민아,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