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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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미

기억의 과정은 썼다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고대문서 펠림프세스트와 닮아 있다고 한다.
좋던 싫던 한 번 기억된 것은 좀처럼 지울 수가 없다. 살다보면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일일이 분석하고 정리하여 기억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기억된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작업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색과 형에 대한 탐구의 과정들이다. 화면은 기억으로 남은 감정을 다양한 색과 형으로 채워간다.
어렴풋하게 무작위적인 색과 형들이 점점이 떠오르더니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가며 화면과 대화를 나눈다.
문득 혹은 불쑥, 때론 타협하고 때론 용인하며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만들어간다. 흘러내리는 색들은 '유실'의 의미를 담았다. 되풀이되는 형태들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끝없는 이야기들이며 스스로 반복하고 되내이는 언어들이다.
비유로 환원된 감정의 형태들이다. 좋았다, 나빴다, 그냥 그랬다......  다채로왔던 감정들은 점차 단순화되어간다.  좋은 느낌으로 기억될 빛의 한 조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