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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쇼팽 에튀드 전곡 시리즈

어느 피아니스트의 상상과 도전

Op.25, No.1 눈 오는 날 바닷가 풍경
보랏빛 감도는 파란 겨울바다 위로 하얀 눈송이가 포근하게 떨어진다. 너무나 가벼워 바다 표면에 채 닿기도 전에 홀연히 사라진다. 차가운 피아노 건반 위로 떨어져도 그렇게 사라질까?.. 내 손가락이 눈송이가 되어본다. 밝고 따뜻한 Ab 메이저, 그 위로 쏟아지는 분산화음 음송이들. 먼 기억 속, 어렴풋이 떠오르다 사라지는 한 조각 추억이 멜로디가 되어 바다위로 흐른다.
Op. 10, No.4 고래와 꽃멸치
어디선가 숨어있다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고래의 등장에 기겁해 빛의 속도로 도망치는 꽃멸치들. 쫓고 쫓기는 두 생명체.. 투쟁해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냥 먹힐 것인가. 고래와 꽃멸치의 목숨을 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다. 고래의 위협적인 옥타브 공격에 빠른 16분 음표의 몸부림으로 방어하는 꽃멸치,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 살아남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가장 비참한 순간에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다.
Op.10, No.6 블루문
마음이 답답해진 어느 날, 밤하늘에 커다랗게 뜬 환한 달이 문득 푸른빛으로 보였다. 그 순간 어디선가 코발트블루와 닮은 Eb 마이너의 오른손 달빛 선율이 들려온다. 갑작스레 증4도로 마무리는 짓는 프레이즈 끝이 답답한데 말할 길 없는 내 마음과 닮았다. 달아, 내 이야기 좀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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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24개의 에튀드는 저의 새로운 이미지 해석으로 각 곡마다 제주의 바다를 모티브로 삼은 부제들을 붙였습니다. 작곡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붙어있던 기존의 부제들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 탈피와 에튀드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고자 시도하였습니다. 각 에튀드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요소와 특색을 저만의 음악적 상상을 통해 그려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갤러리 디 아르테 공연에서는 오랜 친구이자 화가인 박선형 작가와 함께 합니다. 새롭게 그려낸 24개 에튀드 이미지를 작가가 다시 자신만의 감성으로 화폭에 풀어내어 음악과 콜라보합니다.
음악이 그림의 배경이 될수도 있고, 그림이 음악의 배경이 될수도 있는, 모든 틀을 깨고 경계를 허무는 공연이 되었으면 하면 바램입니다.
50대의 저의 이러한 도전이 많은 분들에게 영감과 도전, 그리고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전은 나이와 무관하며, 예술가의 끝없는 도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저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