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에서 목표는, 음악가로서 배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좋은" 교육자의 역량을 갖추는 것에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했다. 솔로 리싸이틀과 체임버 리싸이틀에서 전문 연주자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교적 충분히 배우고 경험했다고 생각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는 전문적인 경험이 부족함을 느꼈다. 오케스트라 경험이 많은 동료들의 도움과 부족한지만, 나의 장점을 포착해 준 오케스트라 덕에 1년 동안 계약직 연주자로 전문적인 오케스트라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박사과정 중에 큰 감사와 기쁨이었다.
나의 소리가 연주의 주체로서 음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오케스트라의 여러 단원들과의 화합이 가장 중요했다. 음악이 진행되는 와중에 음악 안에서 깨끗한 소리와 지휘자가 원하는 표현, 정확한 리듬을 구현하여 소리를 내는 일은 마치 작은 유리 상자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솔로와 체임버 연주를 위한 연습, 훈련과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Thomas Wilkins 지휘자와 정재희 바이올리니스트
나는 오케스트라 액섭을 연주할 때 소리가 솔리스틱하게 튀는 듯한 경향이 있었다. 소리를 절제하고 최대한 깨끗한 리듬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기운을 낮추는 연습을 했다. 항상 메트로놈을 사용하여 쉼표나 긴 노트들은 박자를 쪼개서 (subdivide) 몸에 익혔다. 그냥 틀어두고 연습하는 것을 넘어서 내 몸이 박자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오케스트라 정단원 혹은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준비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중에는 메트롬 100을 말하면 몸이 즉각적으로 어느 정도 빠르기인지 준비된다고 한다. 정말 그냥 틀어두고 연습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인간메트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술가라는 말의 뉘앙스가 자유롭게 흥얼거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예술은 훈련되고 정제되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느낀다.
리허설에 충실히 임하기 위해서는 총보를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다른 악기들이 어느 방향을 향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숙지가 되어야 내 파트의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는 것 같다.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위에 열거한 요소들이 필요한 만큼 훈련 되었을 때 내 음악과 몸이 전체가 내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오케스트라 단원의 묘미를 알아가게 되고 있다.
예원학교 입시로부터 출발한 긴 학업의 말미에 왔기에 이렇게 새로운 자극을 받고 보완 해야 할 점을 발견한다는 것이 조금은 긴장되지만, 더 나은, 폭 넓은 음악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기쁘게 노력하고 있다.
글 정재희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