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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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랑할지 선택하는 것

유학 기간 7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의 클래식계는 어떤 모습인지 한국에서의 동료들은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기에 막연함을 안고 도착한 한국은 무언가 허무감 같은 기분을 주곤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뾰족히 놓인 수는 없었기에 학생 신분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간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이 곳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는게 마냥 달갑지 않았다.
짧은 간격으로 줄지어 이어졌던 귀국독주회, 실내악, 협연 등의 연주와 배우고자 오는 학생들을 위해 선생의 역할을 하며 지나 가는 시간들. 남들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는 “갓 귀국한 창창한 피아니스트”이었겠지만 사실 난 그렇지 못했다. 지나가는 내 시간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진취적인 발걸음을 딛는다 라기보다는 멈춰서면 뒤로 밀려나 퇴행할 것이라는 불안을 자주 떠올리고는 했다.
다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는 무의식으로부터의 암시였을까. 이 상태로는 내가 음악가로서 지향해야하는 음악과 예술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유학을 갓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모든 것을 잘하고 싶던 나를 위한 선생님의 조언은 지금 또 다시 출발점에 서서 혼란스러운 나에게 적용 되었다. “려홍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마 그럴 필요 없어. 중요한 것은 너가 사랑할 수 있는걸 찾아야 해“. 나의 직업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본질을 상기 해야 할지 정리하게 되었다. 내가 단련한 나의 음악을 관객에게 드러낼 때 그들이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여 위로가 되었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하는 관객과 이미 나의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을 위하는 음악가로 기능을 다하는 것이 본질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다. 모든 걸 다 잘 해치우겠다고 생각하며 욕심 가득한 무거운 상념들을 내려놓으니 단순하고 간단해졌다.
내가 이러한 업의 본질이 튼튼하게 잡혀있는 음악가가 되기를 바란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니 내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음에도 나에게 맡겨지는 일들을 내 호흡의 중심에서 다룰 수 있고는 한다. 음악은 세상에 있는 많은 일들 중에 비교적 더욱 ”나눔“의 성질이 이 일에 본질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따라서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정진하고자 한다.
글 안려홍 / 편집 이지호
안려홍,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