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6일 오후 4시 00분
바흐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의 실마리는 다음과 같다.
바흐는 원본 악보를 지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원본 악보에는 바흐가 그려둔 보잉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연주해 보면 화성적, 음악적 전개와 다이내믹이 자연스럽게 이해 될 때가 있다. 원활한 바흐 이해를 위한 또 다른 노하우는 Bass 라인을 찾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악보는 여러 음악학자 혹은 출판사의 편집을 거쳐 출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흐가 기입한 것과는 다른 음이 기입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다.
Bach의 바이올린 무반주곡 G minor Adagio로 예를 들어보자면 원본 악보에는 19마디 첫 노트가 AF#이지만 현대에 출판된 몇 악보에는 D가 추가 되어있다. 그 음이 코드라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그 노트의 소리를 크게 내려고(코드이기에) 할 수 있는데 전체를 흐름을 본다면 그다음에 나오는 Bb>A>G 즉, descending bass를 살려 연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현대에 추가된 DAF# 코드를 크게만 연주해 버린다면 자칫 바흐가 설계한 구조를 잘못 이해한 연주로 들릴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많이 공부하는 “Violin partita no. 2 Ciaconna”로도 예로 들어보겠다. 맨 처음 처음 1-5마디를 걸쳐 나오는 첫 주제 멜로디는 제일 위 음에 있다. 그래서 샤콘느를 처음 접할 때, 프레이징 파악을 위해 멜로디만 따로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단선율로 멜로디만을 연주 할 때는 당연히 제일 윗 성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맞지만 바흐가 기입한 화성으로 연주를 하게 될 때는 멜로디 음에만 집중하여 Bass 음들을 대충 처리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처럼 바흐 음악은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화성 전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를 잘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Bass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연주의 흐름이 멜로디에만 치중 되어있다면 그 연주는 바흐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 수 있다.
Bass 음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게를 어떻게 두고 연주하는지가 중요한데 활을 아주 천천히 둥글게 꺾으며 Bass에 무게를 두고 제일 윗 성부(멜로디)에서는 힘을 풀어줘 공간 저 멀리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예외의 경우를 위해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면, 17~20마디를 봤을 때, 18마디의 박자 첫 음은 강조하는 음이 아니라 decay 되게 연주해야한다. 왜냐하면 이 부분의 베이스는 D-C#-C♮-B♮-Bb 으로 하행하고 있기 때문에 bass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는 게 맞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노트들 중에 Bass 음이 없는 노트들이 있는데 그 음들은 강조하기보다는 소리를 풀어서 (공기가 들어간 듯한 텍스처로) 연주해야 바흐의 의도대로 연주할 수 있다.
본인도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고 부족하다. 그 때문에 이런 글을 소개하는 것이 굉장히 부끄럽지만, 현재까지의 배움을 통해 얻은 가르침들이 바흐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독자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트를 통해 나누어 보았다.
글 정재희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