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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독일에 계속 살고 싶은가?

2023년 6월 26일 오후 9시 00분
독일의 대중교통은 검표를 위한 개찰구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임승차가 가능한 것이다. 검표원이 돌아다니며 불시에 검사를 하는데 그 빈도가 잦지는 않다. 독일 국회에서 자동 개찰구 설치를 하자는 안건이 올라왔었다고 한다. 한국처럼 말이다. 그런다면 자연스럽게 무임승차가 없어질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승객은 구매한 티켓을 자발적으로 사진에 보이는 기계에 확인한다. 개찰구는 없다. 사진 출처 - 헤럴드경제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그러면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가?”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시스템은 일부러라도 느슨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이다. 시민들 대부분이 양심적으로 표를 사기에 적자도 아닐뿐더러 ‘검표원’이라는 일자리 창출도 한몫하고 말이다.
민유빈이 보내온 칼스루헤의 Kongresszentrum역 모습. 최근 신축했다고 한다.
독일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군에서 자주 강조하는 것은 “앞에 보이는 수석과 활을 정확히 똑같은 위치에서 써라”, “pp를 연주할 때 소리가 본인에게 들리지 않게 연주하라” 이다. 한 명이 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은 합을 위해서 말이다. 누구 하나 튀지 않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설령 누군가 가장 뛰어난 소리를 낼 수 있어도, 또 누군가 뒤처지는 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것을 특정해 특징으로 만들지 않고 전체에 녹아들 수 있는 가이드를 주는 듯하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안고 가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Badische Staatskapelle Karlsruhe 리허설 현장
본인도 본래는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뛰어남을 지향하는 사람인데, 독일에 거주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이들처럼 생각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곳의 문화가 편안하다. 물론 경쟁과 성과는 이곳에도 있지만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뉘앙스는 분명히 덜 하다. 사람을 쪼지 않는다. 성과와 물질이 더 많다고 해서 더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끔은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불편함을 느껴 한국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가도 독일의 이러한 점에서 느끼는 것이 많아 이 사회에 미련이 남는다. 그렇기에 아직도 독일에 살고 있고 계속 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가 사회 전체를 감당하는 데는 분명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이곳 오케스트라에서 일함으로 받는 급여의 45퍼센트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조건 자체가 다르지만, 이런 사회의 모습도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조심스럽지만 인간이 행복하기에는 조금 더 좋은 환경이 아닐까, 그렇다면 조금 더 성숙한 사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민유빈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가격’을 갖거나 ‘존엄성’을 갖는다. ‘가격’을 갖는 것은 ‘같은 가격’을 갖는 다른 것과 교환되거나 대치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가격’을 갖기 허용되지 않거나, ‘모든 가격’을 뛰어넘는 것은 ‘존엄성’을 갖는다.
임마누엘 칸트
존엄성(尊嚴性)
1.감히 범할 수 없는 높고 엄숙한 성질.
네이버국어사전
인본주의를 설명하는 칸트의 문장은 아름답지만 마음 한켠이 무겁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가 조금 새삼스럽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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