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0일 오전 10시 00분
노트의 시작으로는 학부 입학과 동시에 찾아온 연주자로서의 암흑기부터 서술해 보려 한다.
전형적이지만 입시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몇개월 연습에 게을렀더니 악기를 쥐는 손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학교 수업은 따라가기 벅차 시간이 늘 부족했고 내가 만드는 소리는 답답했다.
나는 괜히 하루가 멀다하고 악기사를 찾아가 악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손을 좀 봐달라고, 사운드포스트(바이올린의 윗 판과 아래 판을 연결하는 짧고 둥근 막대)를 바꾸면 나아질 것 같다고 호소하는 등 악기사 사장님을 귀찮게 해 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씨름을 하다 만난 선생님은 대학생이 된 후에도 찾아오는 학생들을 동료로 여기셔 당신께서 아시는 것을 전부 전달하고자 노력하셨고 심지어 레슨비도 적게 받으시는 분이셨다.
그분은 내가 레슨을 이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써주셨다. 당시에 나는 선생님의 음악과 가치관을 추종하듯 따르며 받아들였다.
음악을 깊이 생각하게 되고 더 나은 소리를 구현하는 일에 있어 실마리와 흥미를 찾는 시간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나의 연주가 작게 느껴져 관객 앞에 내놓는 일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교회의 헌금송 연주를 제외하고는 소리내는 일이 부담스러웠다.
본인은 무대 체질이라 연습 때 보다 무대에서 음악이 더 많이 나와 즐기고는 했는데, 이제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 진이 다 빠져 연주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떨기 시작했다. 연주를 못하겠다고 말하고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
지금까지 80의 수준으로 연주하고 있었다면 100의 수준으로 그 이상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여태까지 나의 연주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원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80을 버리고 0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조언은 나에게 진리로 느껴졌기에 스스로 모든 것을 뜯어고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무언가 조금 알게 되었을 때는 다 안다고 착각해 자신감이 넘치지만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 “아는게 하나도 없다” 여기게 되어 자신감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그때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전문성이 따라온다는 의미가 있다.
많은 혼돈을 느끼며 배움의 실마리를 얻은 학부를 지나 이곳에서 공부하고, 현재 악단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연주자로서 소리와 음악에 대해 계속 알아가며 요란하지 않은 자신감으로 음악을 구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노트에서는 본인의 지난 서사와 현재 느끼고 있는 음악의 순간들을 자세히 나눠보려 한다. 첫인사로 나의 음악적 변곡점을 나눠보았다.
글 민유빈 / 편집 이지호
편집자의 글
전문가들은 종종 그들의 작업에 있어서 “일이 점점 더 힘들고 어렵다”라고 말한다. 오래 쌓여온 전문성의 무게일까.
예술가의 경우 작업에 ‘전문성’이 있을 때 특별히 공동체를 유익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에게는 모범이 되고 관객에게는 감동과 휴식을 선물함으로 그들의 향기는 감춰지지 않는다.
글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