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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겨울을 견디기

2023년 11월 13일 오후 8시 00분
겨울이 되면 독일의 하늘은 두터운 장막으로 덮이는 듯하다. 해가 빨리 지고 비가 자주 오는 이 기간, 컴컴한 이날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다른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이기에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생전 하지 않던 뜨개질 같은 취미를 시작 해보기도 한다.
한국과는 달리 밖에 나가 놀 것은 고사하고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 이 곳의 겨울은 재밌는 점도 있다. 자연스럽게 홀로 나와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며 글을 쓰기도 한다. 강제로 내면이 성숙하게 되는 환경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민유빈 바이올리니스트가 오케스트라로 출근하는 길에 보낸 겨울의 하늘
독일에 나온 지 4년이 되었다. 최근 처음으로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꼈는데 그저 체력의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날씨로 인한 이 감정들은 평소와는 다른 무시할 수 없는 것 이었다. 독일 생활에 권태가 온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 감정은 내가 낯설고 아주 먼 땅에 홀로 와있다는 걸 체감하게 했다.
독일인들을 관찰할 때면 그들은 삶의 모든 순간에 충실히 임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물론 한국인 만큼 삶을 뜨겁게 살아가는 민족도 없지만 그것은 “충실함”과는 뉘앙스가 다르다고 생각된다.
흐린 날씨 아래에 이 글을 쓰며 그들과 이곳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그들의 태도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특성, 고요와 흐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분투로 보이기도 한다. 그로 인해 철학과 예술이 발전 한 것일까 추측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연습에 온 시간을 쏟지도, 연습 이외에는 할 일 찾기를 포기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예술이 있기 이전에, 건강하고 튼튼한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태도에서 드러난다. 물론, 독일인들의 행동들은 아직도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불만스러운 시야를 가질수록 이 시간에 놓여있는 나만 손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떤 일과 상황에도 배울 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에서 체득하게 된 하나의 예다.
요즘도 가끔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먼곳까지 와서 연주를 하고 오디션을 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나 싶다가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지난 날들을 생각해 보면 모든 도달의 근거와 자양분은 고생과 경험에서 온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피와 살이 될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글 민유빈 / 편집 이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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