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른 악기와 합을 맞춘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당장의 내 연주를 소화하는 것이 제일 급했고 다른 악기들과의 화합을 생각할 역량이 없었다. 실내악이라는 음악형식을 제대로 경험한건 석사과정에서였다. 좋은 팀원과 실내악을 통해 경험한 조화로운 음악의 시간을 나눠보고자 한다.
본인이 연주자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수학한 드레스덴 국립음대는 매년 교내에서 실내악 콩쿨이 열리곤 한다. 교내 행사치고는 상금이 한화로 대략 6백만원 수준으로 경쟁력 있는 연주자들이 뜨겁게 도전하는 경합이었다.
제1 바이올린 서예은, 제2 바이올린 민유빈, 비올라 최민경, 첼로 송빛나와 함께 '부유한', '축복받은'이라는 뜻을 지닌 Edith라는 이름으로 짓고 슈만 피아노 5중주 op. 44와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2번, op 81을 도전하기로 했다.
슈만 피아노 5중주 op. 44는 피아니스트의 역량에 따라 곡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판단되어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뉘앙스로 자유롭게 연주하고자 하였다. 그렇기에 내 음악의 흐름을 중심으로 끌고 가되, 디테일을 멤버들이 잡아주는 식의 음악적 설정이 진행되었다.
반면에, 솔리스트의 음악이 아닌 함께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배움은 드보르작의 작품에서 있었다.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2번은 소리의 균형이 하나의 악기로 치우쳐지면 음악이 진행감을 잃을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곡의 진행에 있어서 팀원들은 순간 마다 자신의 역할을 다른 소리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 조화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조화의 아름다움” 이점이 본인에게 어려웠던 점인데. 당시 나의 연주는 중간이 없었다. 내가 모든 음악을 짊어지고 끌고 가거나 반대로 내 소리를 모두 죽이며 “반주”를 하는 등 음악의 이정표이 나의 귀가 편향적이었기에 디테일을 염두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고 음악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에 의존하곤 했기에 완성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실내악은 팀이다. 그 말은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 제1 바이올리니스트 서예은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순간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그 리딩을 바탕으로 각자의 의견을 가미하였고 설득력이 있다면 누구도 고집 부리지 않고 따랐다.
이 경험은 나의 독주곡에서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팀원들이 나에게 조언하였던 내용 중 중요한 것은 당장 나에게 편한 소리만 고집하기보다는 익숙하지 않거나 불편함이 있더라고 배려와 수용을 통해 새롭고 발전된 형태를 함께 경험하며 발전해나가는 것, 그로서 더 섬세해지고 다양한 캐릭터를 구사하는 일. 그것이 실력이고 노련함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여실히 느낀다.
글 이준병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