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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레슨이란, 언제나..

2024년 6월 13일 22시 00분
첫 레슨이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이다.
모교에서의 박사과정과 병역 이행으로 늦은 나이에 엑자멘에 들어온 만큼 나는 분명한 계획이 있었다. 많은 레퍼토리를 수학하는 것이었다.
고국에서의 많은 연주와 콩쿠르를 소화하며 레퍼토리를 소진했지만 이미 공부한 곡을 속된 말로 재탕하는 식의 수학은 지양하고자 했다. 총 4학기의 엑자멘 과정을 졸업까지 최소 10곡의 작품을 익히는 것이 목표였다.
엑자맨 첫 레슨을 위해서는 F.Liszt Sonata in b minor와 M.Ravel La Valse를 선택하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피아니스트, 애호가 여러분은 조금 의아할 것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까지 연주자의 기량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위 두 곡을 수학하지 않은 사실을 말이다.
La Valse는 음악의 유연함과 색채의 유려함을 표현해내는 방법을 경험시키며, F.Liszt Sonata는 기교 뿐 아니라 표현적인 면에서의 광폭성, 또한 대서사시 같은 문학적 흐름을 띄기에 연주자 내면의 인문학적 소양까지 드러나야 하기에 이는 음악도가 일정 수준에 다다랐음을 증명하는 용도라고 보인다. 피아니스트로서 배움의 마지막 단계인 엑자멘 과정에서 위 두 곡을 넉넉히 소화하고자 하였기에 마음의 태도는 달랐다.
라벨은 미리 샅샅한 연구로 준비를 단단히 했다. 오케스트라 형식으로도 쓰여진 곡의 총보를 보며 악보를 분석했고,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총괄하는 지휘자의 관점으로 곡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교수님께서는 매우 독창적인 해석이라며 흥미로워하셨기에 수월하게, 지식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역량을 넓히는 레슨이 가능했다.
하지만, F.Liszt Sonata는 그렇지 못했다. 준비한 것들은 대부분 빗나갔다. 나는 이 곡을 마치 정갈한 한정식 코스처럼 세밀하고 교양있게 해석했다면, 교수님께서 이끄시고자 했던 방식은 말하자면 조금 더 욕망적이며 무언가 풍성한, 음식과 비교하자면 양식 풀코스 같은 것이었다.
2부에 이어서.
글 유현성 / 편집 이지호
유현성,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