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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이연주/사이_1/장지에 혼합재료/카카오뱅크 3333-18-1869153/ 55.1x50.0cm/2024/700,000
이연주/사이_2/장지에 혼합재료/카카오뱅크 3333-18-1869153/ 60.6x80.3cm/2024/900,000
이연주/사이_3/장지에 혼합재료/카카오뱅크 3333-18-1869153/ 55.1x50.0cm/2024/700,000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형태와 형태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것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주제를 강조하고 감상자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그림을 감상할 때, 여백의 배치에 따라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 수묵화에서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같은 그림이라도 누군가는 나무를 중심으로 기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새를 먼저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여백이 형태와 형태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며, 감상자의 경험과 시선에 따라 작품의 해석이 달라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백이 존재함으로써 관람자는 그림의 일부를 스스로 채우며 작품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한 모습으로 보이려 하지만, 결국 타인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는 여백이 존재한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백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백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또한, 여백은 쉼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쉬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쉼은 시간과 시간 사이의 여백이 되고, 예술에서도 여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백을 통해 나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태와 형태 사이, 빛과 그림자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여백이야말로 관계를 만들고 의미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내 작업에서 여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라질 수도 있고 드러날 수도 있는 순간들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그 여백 속에서 관람자는 저마다의 기억과 시선을 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결국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명확한 형태가 아니라, 그 형태가 만들어내는 사이의 공간과 그 안에 담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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