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진/ 동굴우화/ 장지에 채색/ 100x75cm / 2024/ 600,000
장윤진/ 굼엉/ 장지에 채색/ 91x91cm / 2024/ 750,000
곰팡이는 소멸에서 태어나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며 새로운 생명체가 자라날 토대를 마련한다. 이는 생명이 단일 개체의 유지에 국한되지 않고, 죽음과 해체를 통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기 중을 떠도는 포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마주하며, 삶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흔히 소멸의 징후로 여겨지는 곰팡이는 생명의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패에서 비롯된 곰팡이가 새로운 유기체의 기반이 되듯, 모든 생명은 소멸과 생성의 흐름 속에서 공존한다. 작가는 곰팡이를 통해 소멸 속에 깃든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재창조하며, 단순히 사라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력을 탐구한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의 중간대리자로서, 본인을 ‘요정’이라 칭한다, 곰팡이를 통해 생명과 죽음이 연속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속에서 존재하며, 소멸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조건이다.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곰팡이를 그리면서 동시에 그것을 새로운 의미로 부활시키는 과정은, 고통을 받아들이고 재탄생하는 일종의 의식적 죽음과 부활이다.
작가는 이러한 순환적 생명관을 예술로 구현하며, 곰팡이를 통해 소멸의 고요 속에 내재된 생명의 에너지를 끌어낸다. 그의 작품 속 곰팡이는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는 소멸 속에서 생명의 지속적인 흐름을 발견하며, 삶과 죽음의 중간 대리자로서 생명의 본질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