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현/ 퐁당퐁당 / 한지에 과슈 / 90.9 × 72.7 / 2024 / 6,000,000
임승현 / The best wine / 한지에 과슈 / 53 × 33.4 / 2023 / 2,000,000
임승현/ 가꿔주는 생활 / 한지에 과슈 / 53 × 45.5 / 2023 / 2,000,000
나 자신과 현대인을 대변하는 캐릭터들로 완벽할 수 없는 인생의 이야기와 우리가 살면서 만
나는 소중함을 동화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상처를 어루만지듯 넘기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의 작업은 진부할 수 있는 평면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설득력과 판타지
의 힘을 믿는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수묵인물화에 심취해 있었다. 긴 붓과 흑백으로 표현되는 인물의 실루엣이 좋았고, 인물들로 이루어진 화면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노련하게 표현된 옛 작가들의 작품들도 수없이 참고하였다.
어느 순간, 동양화 특유의 먹 번짐과 숙련된 붓놀림의 표현도 중요하지만, 인물을 소재로 한 그림이라면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 자체에 과한 비중을 두고 힘이 잔뜩 들어갔던 이전의 그림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때부터 작업을 위해 멋진 카메라를 들고, 자만심 가득하게 준비했던 모든 자료들을 치우고 마음의 눈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가볍게 드로잉 하는 것으로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동양화의 선에 의해 표현되는 방식이 만화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됐고, 반복된 드로잉으로 생기는 왜곡되고 풍자적인 형태들이 더 호소력 짙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장된 표현과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보호 받아야 했던 상처 많은 현대인들의 자아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선(善)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통받고 궁지에 몰리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 또한 표출되기 마련이다.
물질만능의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선(善)을 유지하며 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늘 세상 속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럴 의무도 강요되지도 않는 것이 예술이기에, 쉽게, 불필요하게 치부되기도 한다.
나의 그림이 순간적이나마 세상에 대한 애정과 선함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감상자와의 진솔한 소통을 기대해 본다.
나의 그림에는 인물과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