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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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조현/달빛 샤워/acrylic on canvas/100x80.3/2024/3,680,000
조현/너의 북소리가 들리니/acrylic on paper/72x70/2024/2,860,000
조현/새들은 알고 있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acrylic on canvas/72.7x53.0/2021/1,980,000
매일 같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게 나에겐 참 어렵다. 소위 대가라 불리는 예술가들은 직장인처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예술적 일상을 실천한다는데…… 그래서 나는 일기도 간헐적으로 쓴다. 다만 매일 매순간 삶에 집중하고, 사건과 현상, 시간의 사이에서 섬광처럼 지나가는 작은 조각들을 포착하려고 가늘고 예리한 더듬이를 세우고 있는다.
그것이 포착되는 순간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새벽 수영을 하는 중에, 심지어 꿈 속에서조차 다가오기에 의식이 있는 동안 최대한 빨리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그 형태가 한층 직관적인 이미지일 때도 있고 언어적 메시지일 때도 있는데, 이처럼 뭔가가 그물에 걸린 날에는 어김없이 일기를 쓴다.
일기장 속에 남아있을 법한 이야기 중 몇몇은 가공과 재구성을 거쳐 작업으로 이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독백이 물리적 실체로 스스로를 노골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는 한 인생은 대체로 변덕스럽고 불친절하다. 삶이 이토록 고독한 이유도 그때문이다. 아직 소녀였을 때, 고통과 허무의 삶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미지의 죽음보다는 육체적인 고통이 두려워서 그저 생각에 그쳤지만. ㅎㅎㅎ 누군가의 삶에서나 있었을 법한 흑역사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일기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 고독한 너에게 말을 건네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감이든 깨달음이든 위로든 나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 곁의 누군가도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2024년 초겨울 저녁
작업실10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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