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 겨울 횡계 / 한지에 수묵담채 / 96X42 / 2024 / 2,500,000
김현정 / 겨울 동강/ 한지에 수묵담채 / 96X66 / 2021/ 2,500,000
김현정 / 수하리 / 한지에 수묵담채 / 95X50 / 2023 / 2,500,000.
김현정 / 월류봉 / 한지에 수묵담채 / 71X48 / 2023 / 1,700,000
김현정 / 괴산 / 한지에 수묵담채 / 81X33 / 2023 / 1,700,000.
김현정 / 휘슬러 / 한지에 수묵담채 / 66X38 / 2022 / 1,500,000.
어느 날 갑자기 수묵의 세상으로 들어왔다. 우연한 계기였고 그땐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진지하게 수묵화에 매료될 줄 미처 몰랐었다. 진눈깨비 섞인 폭설이 어지럽게 쏟아지던 날이었고 갑작스런 눈보라로 세상이 무척 혼란스러웠던 날이었다.
지금도 가끔 나에게 자문한다. 왜 느닷없이, 별안간에 수묵화였냐고. 그저 수묵으로 그려진 세상이 좋았던 것 같다. 모든 치장과 어지러운 색채가 지워지고 흑과 백 사이의 무수한 차이들로 채워지는 세계. 혼란스럽고 어지럽던 세상은 그 안에서 단순하고 명료했고 본질이 드러나고 깊이가 생겨났다. 바위가, 물이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배웠고 계절이 자연을 어떻게 울고 웃게 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이토록 아름다운 산과 강이 가득한 나라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여기고 더 좋은 풍경을 발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감각을 훈련한다.
다시 한번 왜 수묵화였냐고 묻는다면 너무 어려워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좋은 풍경을 찾아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고 체력을 기르고 낮은 산부터 높은 산까지 그 길고 다단한 단계를 차례차례 밟아야만 한다. 한 폭의 수묵화를 채우는 방식도 비슷하다. 도약이나 비약 같은 것은 없다. 그렇게 수묵화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들은 춥고 외롭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남았을 것 같고 힘겹고 외롭지만 아직은 버티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들도 곧 사라진 풍경이 되겠지만 열심히 응원하고 그림으로 기억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