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 / windows vol.61 / mixed media on canvas / 우리 1002-433-220225 / 117 x 91cm / 2023 / 4,500,000
박우 / windows vol.3 / mixed media on canvas / 우리 1002-433-220225 / 91 x 117cm / 2021 /4,500,000
작가노트
<Windows>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성당( notre dame du haut )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언덕배기에 덜렁 위치한 이 위대한 성당의 남측벽에는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27개의 사각형 구멍들이 뚫려있다. 일종의 채광창인 셈인데 단순한 2차원의 평면형태가 아니라 외벽을 파고 들어간 3차원의 형태에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붙어 있어 실내로 빛이 들어오는 구조이다. 이 구멍을 통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에 서로 다른 색의 빛이 섞이며 실내로 쏟아진다. 계절마다 해의 각도가 다르고 매 시간마다 해의 위치가 다르니 동일한 성당 내부지만 매 순간 다른 리듬으로 채워지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찬가지 원리로 나는 심플한 조형들에 다른 컬러와 다른 재료를 섞어 캔버스 위에 올려가며 작업을 진행한다. 해의 변화에 따라 창을 통과하는 빛이 달라지듯이 내가 보는 계절이 바뀌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짐에 따라 컬러와 재료의 조합도 조금씩 달라진다. 창을 통과한 빛이 실내에 쌓이듯 나를 통과한 그 무언가가 캔버스 위에 쌓인다. 무의미해보이지만 그런 무의미한 것들이 쌓여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그것은 시간일 수도, 하나의 터치일 수도, 작은 점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무의미한 것들을 예민하게 쌓아올리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것이 불쑥 떠오른다. 미묘하지만 매번 다른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리듬을 발견해 나가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