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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담

박소담 / 접촉지대 / Oil on canvas / 45.5 × 38cm (8호) / 2024 / 600,000
박소담 / 접촉지대(2) / Oil on canvas / 18 × 14cm / 2024 / 250,000

작가노트

매주 금요일 오후 여섯 시, 유기묘 쉼터에서 80마리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고 눈동자를 응시하다 보면 그들의 생김새와 이름을 거의 다 외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종이 아닌, 한 개체만이 지닌 고유한 눈빛을 알아보게 되는 과정에 시선이 자리함을 깨닫는다. 소외된 타자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시작으로, 우연히 마주친 존재들은 어느덧 종 중 하나에서 특정한 개체, ‘그’ 대상이 된다. 시선이 닿는 자리에 있는 여러 존재를 접하는 행동은 나에게 있어 일상과도 같다. 이 사소한 주변 관찰은 도로 위 동그란 맨홀을 길고양이의 동공으로 치환하는 등 이상한 상상으로 번지기도 한다.
나는 구석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어 그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주인공이 되기 어렵고 스쳐 지나가듯 잊히기 쉬워도, 어떠한 순간부터는 애정을 건네고 싶게 만드는 존재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존재와 주변 환경은 작업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형되고, 나열되며, 일부는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각화된다. 그렇게 주변과 중심이 뒤섞이면서도 환경과 대상, 식별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이 혼재하는 상태로 드러난다.
틈새를 들여다보고 무언가를 직접 만지는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존재들은 종이 아닌 특정한 개체 하나하나로 보이게 되며, 이윽고 나라는 존재도 독립적인 자신에서 타존재와 연결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은 생각보다 빽빽하게, 어디선가는 느슨하게 뒤엉켜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작업은 우리 주변을 살아가고 있는 타존재와 닿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며, 이러한 태도는 꾸준한 응시와 붓질로써 작업 안의 개체 간 불규칙한 연관성으로 뒤섞여 드러난다. 물이 흐르듯 시선을 움직이며 작업을 바라보면 비현실적이지만 어딘가 현실과 중첩된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차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 네러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