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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김혜원/ 바다에서만 헤엄칠 수 있는 건 아니다/ 광목에 한국화 채색, 아크릴/ 72.7x90.9cm/2024/2,100,000
김혜원/ 안아줘요/ 아사천에 한국화 채색, 아크릴/ 53x45.5cm/2024/700,000

작가노트

세상에 나열되어 있는 모든 존재들 속에서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유년기부터 본인과 외부의 경계를 분리하여 특정 생태계에 융화되기보다 제삼자로서 관찰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수백억 인류를 이루는 집합체인 개인이 한 명도 빠짐없이 인당 일인칭 시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생적으로 조직과 제도를 만들며 발생하는 현상에 흥미가 있었다. 조직을 구성하는 문화는 어찌 보면 매우 추상적이고 무형적인 현상이다. 인간은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여건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주어진 규범에 의해서만 인간의 행동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의 행동을 고민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특성 대상에 대한 사랑의 정도로 관측되었다. 우습게도 이런 추상적인 현상이 인간의 생각을 제어하고, 심지어는 제도와 정책은 물론 한 사회의 발전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는 의외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서로에 대한 협력 의사,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믿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들의 정도가 짙어질 수록 사랑의 형태와 닮아간다.
2023년까지는 인간이 시간과 물리적 요인으로 인해 한정된 행동 범위를 가지며, 그렇게 형성된 환경과 관계에 기인하는 특성을 중심으로 관찰 연구에 집중하였다. 이를 통해 특정 환경에 대해 알 수 있는 타인의 행동과 발화 습관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인간은 환경과 특성에 따라 행동과 발화 방식이 달라지지만, 방식 이전에 궁극적으로 인간이 행동하는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관측하였고 감히 모든 인간이 동일하다고 말한다. 2024년부터는 직접적으로 인간이 등장하는 방식에서 식물을 그려보는데 집중한다. 이는 작년에 시골에서 자연과 생활하고, 도시로 돌아와서 재회한 자연에서 느낀 예사가 아닌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길에서 만나는 화분들이 특히 재미있는데, 자연을 나의 거주 반경 내로 들이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거주 공간 내로 들이고 싶지 않은 애매함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예쁘고 잘 어울리는 화분을 선물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잊지 않고 물을 주고 관리하는 행위는 사랑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지 않을까? 인간은 무언가를 애정 하는 과정에서 정도가 크든 작든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그런 변형은 인간의 욕구를 내재하게 된다. 나는 이러한 변형의 형태를 자연의 모습으로 흘러보내기 보다 인간의 흔적을 포착하고자 하였으며 회화 안에서 그 형태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