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현 / 죽었을 때 보았던 / 캔버스에 유채 / 72.7x53cm / 2024 / 600,000
홍자현 / 검은 강을 건너서 / 캔버스에 유채 / 72.7x53cm / 2024 / 600,000
홍자현 / 누군가의 동산 / 캔버스에 유채 / 72.7x53cm / 2024 / 600,000
홍자현 / 웅크림 1 / 캔버스에 유채와 흑연 / 116.8x80.3cm / 2024 / 1,500,000
홍자현 / 웅크림 2 / 캔버스에 유채 / 116.8x80.3cm / 2024 / 1,500,000
홍자현 / 웅크림 3 / 캔버스에 유채와 흑연 / 116.8x80.3cm / 2024 / 1,500,000
작가노트
죽어도 지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껴본 적 있으십니까? 가끔은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거대한 돌덩이 같습니다. 하나가 소리 지르면 더 크게 화답하며 빗물에 떠내려가는 맹꽁이들처럼 그저 중력에 이끌려 점점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나의 육체는 지구에 낮게 눌어붙어 점점 이 땅과 하나가 되겠죠. 다치기 싫어 힘껏 웅크린 채 흔들리는 나는 영원히 시간과 중력의 노예입니다. 인간이 생겨난 이래 땅에 묻힌 사람들의 이름 없는 살갗은 개미의 껍질이 되고 나의 머리카락이 되어있겠죠. 내가 죽은 뒤 수천 년이 흐르면 나의 손톱은 또 다른 육체의 일부가 되어있을까요? 영영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슬퍼집니다.
지구의 표면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의식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나는 해방을 꿈꿉니다. 먼 옛날부터 인간들은 현실의 시공간을 탈출하기를 갈망해 왔습니다. 인간의 세계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니까요. 사람들은 인간의 세계를 벗어난 초월자의 세계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이곳의 의식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씁니다. 사람이 죽으면 간다는 공간, 신이 된 인간들이 사는 하늘, 목성의 표면에 거칠게 흐르는 수소 분자, 먼 항성계를 유영하는 태양을 닮은 별을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은하의 중심인 거대한 검은 별은 우리를 서서히 집어삼키는 중이겠지요. 모든 것은 나의 상상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현실이 됩니다. 하나의 믿음이 됩니다. 내가 서 있는 이 땅, 짓누르는 이 시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려진 세계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그 세계를 질투하면서도 그 세계를 연민합니다. 내가 만들어낸 시공간은 현실과 달리 온전한 공간인 동시에 닿을 수 없는 나의 도피처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가끔은 도망칠 곳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구축한 세계의 물질성은 다시 나를 현실로 연결해 줍니다. 나를 다시 사람들에게 이어줍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냈을 때 나는 무거운 중력 속에서 잠시 숨 쉴 틈을 발견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인류가 우주와 지구의 자연을 관찰하여 만들어낸 신화적인 이미지는 나를 과거와 미래와 소통하게 합니다. 기하학적인 형태의 구조물을 내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피부의 현실과 우주의 질서 사이의 좁은 통로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불완전한 세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잠깐의 해방을 찾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