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림/감정은 잔상이 되어/장지에 과슈/116.8x91cm/2024/1,500,000
고이림/Inside/장지에 과슈/40x40cm/2024/500,000
불안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감정 중 하나이다. 나의 삶을 돌아본다면 특별한
것 없는 너무나 평범한 삶 처럼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항상 보이는 것들, 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불안을 가지고 살아왔다. 안좋은 상황이 눈 앞에 있을 때에는 벌어진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며, 그럴만한 일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불
안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과 불안정함이 극에 달했을 때 나는 이 불안을 어딘가
에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의 그림은 내 불안을 받아내는 그릇이 되었다.
나는 불안을 그린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단편적인 순간의 감정들을 그린다. 그렇기에
그림의 풍경들은 가위로 오려낸 것 같이 잘려지고 다른 풍경과 이어지며 또 부자연스럽
게 얽혀있어 보이기도 한다. 각기 다른 일로 인해 생긴 내 불안은 어느새 나의 마음 안에
서 엉켜버려 ‘불안’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나의 그림은
하나의 단조로운 풍경 일부분이 화면 안에서 반복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풍경의 일부분
이 얽혀 하나의 엉성한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불안을 화면 안에 채워넣을 때불
안감이 약간 해소됨을 느낀다. 그것이 정말로 해소되었는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행위
에 집중하느라 잠깐 잊게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불안을 느끼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화면을 가득 채울 때 까지 붓질을 멈추기가 힘들다. 나에게 있어
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을 쏟아
내는 행위이며 잠깐이라도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안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것은 어쩌면 불안이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
며 항상 불안에 절여있는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안을 쏟아내어 온갖 부정적
인 감정을 담아 그려낸 그림이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는 것 처럼 나의 그림을 보는 관객
들에게 각자 자신의 불안정함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