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 4. 민트색 미끄럼틀 오른편을 확인하시오. / 디지털 아트 / 23.2x34.8cm / 2024 / 250,000
이정연 / 8. 무지개 다리를 건너시오. / 디지털 아트 / 34.8x23.2cm / 2024 / 250,000
10살 때 사용하던 그림 공책의 한 구석에는 13살의 내가 남긴 그림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6살 때 들었던 영어 동요를 20살이 되어 다시 흥얼거리고, 7살 때 가지고 놀던 플라스틱 장난감을 28살이 된 지금 다시 찾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곱씹는 일은 저의 오랜 습관입니다. 가끔은 그때의 나만이 진짜 나였다고 느끼곤 합니다.
도시의 높은 빌딩 사이에는 언제나 작은 놀이터가 자리합니다. 새빨간 지붕, 샛노란 미끄럼틀, 빙글빙글 돌아가는 다이얼. 커다란 어른들이 작은 아이들을 품어주는 듯한 풍경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과거를 잊을세라 조바심을 내며 끌어안고 있는 13살의, 20살의, 그리고 28살의 정연이를..
1. 파란색 미끄럼틀을 확인하시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벽 한 구석에 적힌 번호를 따라 여행을 떠나던 순간들. 하지만 늘 번호는 중간에서 끊기곤 했고, 모험의 마지막은 저무는 해와 함께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그 마지막이 어땠을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하며 그 여행을 다시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결말이 어떻든 번호를 따라가는 여정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고되고 차가운 오늘을 지나고 있는 여러분, 그리고 그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어린이들에게 제 그림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