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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임 입시소감문

2022년 12월 21일 오전 10시 32분
본래 독일 대학입시는 딱 한 번의 입학 오디션으로 불 합이 결정되지만(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입학 오디션을 봤던 2020년은 코로나 상황이었음으로 1차 시험이 영상 제출로 이루어지고 영상이 합격한다면 본 시험에 초대를 받는다. Einladung이라 불리는 초대장이다.
1차를 위해 영상을 찍는 일은 고역이었다. 연주나 시험 무대는 딱 한 번 연주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아쉬워하면 그만이지 않은가?(이게 더 쉽다는 건 아니다) 영상은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시도할 수 있다. 그게 고역이다. 내 연주는 내가 들을 때에 절대 마음에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저찌 그나마 마음에 드는 차악(?)의 영상을 만하임에 제출하였고 2주 뒤에 본시험 초대장을 받았다.
정신없이 비행기 표를 잡고 시험 이틀 전에 독일에 입국했다. 시차 적응은 당연히 안되었고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서 연주를 하여 지난 시간 동안 몸에 새겨진 본능으로 연주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때까지 경험했던 입시 시험장의 추억을 근거로 하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험 장내는 화기애애 했다. 교수님들 한 분 한 분과 인사하고 농담까지 주고받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곳의 교육자들은 상대적 지위가 낮은 학생을 대한 다기 보다 또 한 명의 음악가를 대해주는 듯했다. 그들 또한 그런 존중을 받았으니 나에게도 그럴 터.
실수 없이 무사히 시험은 마쳤다. 나는 내 연주를 들은 만하임 교수님들의 조언이 듣고 싶어 친절하게 오래 치러지는 모든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학교 안 뜰에서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교수님들이 장내에서 나왔고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짧은 독일어로 내 연주에 대해서 리뷰를 요청했고, 교수님은 흔쾌히 바로 그 자리에서 이런 것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나는 너를 뽑았다라고 말씀하셨다. 어안이 벙벙하고 또 어안이 벙벙했다.
곧이어 교수님은 마치 원래 나를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밥은 먹었냐, 안 먹었다면 우리랑 같이 밥 먹지 않겠냐고 하셨다. 한식집을 갔고 푸른 눈의 독일인 교수님이 순두부찌개에 밥을 호탕이 말아 먹는 것이 참 신기했다.
시험 당일에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경험해온 것들이랑은 많은 것이 달랐기에,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 먼 곳에서 온 음악가를 기특해하며, 내가 곧 펼칠 음악의 어필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문화이다. 진심으로 가능성이 있는 음악가를 교육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어찌 보면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험이 치뤄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시 파이터가 아닌 진짜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진짜를 추려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