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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호른주자와 Manfred Honeck

2023년 2월 20일 오후 2시30분
우리가 교향곡에서 만날 수 있는 호른 주자는 대부분의 경우 4명이다. 호른 주자 4명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번 호른 주자는 파트의 수석, 즉 대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선율을 1번 호른 주자가 연주한다.
2번 호른 주자는 저음 화성으로 1번 호른의 선율을 돕는다. 그렇기에 특별히 2번 호른주자는 1번 호른주자의 음색에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화성의 변화와 소리의 질감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귀가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보면 2번 호른주자들의 음색은 1번 호른의 소리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음색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3번 호른주자는 1번 호른주자를 도와 파트를 함께 이끌어간다. 1번 호른주자는 돋보여야 하는 연주를 하기에 그 외의 모든 소리에 참여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작곡가들은 곡을 쓸 때 각 파트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며 곡을 쓰기에, 3번 호른주자에게는 1번 호른주자가 연주하는 핵심적인 솔로 선율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율을 3번 호른주자에게 부담시킨다. 동시에 클라이맥스에서는 1번 호른주자와 같이 주선율을 연주하며 보강의 역할도 한다.
4번 호른주자는 호른파트의 저음을 책임진다. 2번 호른을 도와 파트의 음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파트가 흘들리지 않게 하는 기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연주 프로그램에서 3번 호른주자로 배정되어 연주에 참여했다. 3번 호른주자는 선율적인 면에서 부수석이나 다름이 없는데, 아타데미 단원인 나에게 3번주자를 제안했을 때 나를 믿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프로그램의 지휘자는 Manfred Honeck 이었다. 어려서부터 호네크의 실황영상과 음원을 많이 접했다. 작품을 구사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쏙 들었었기에 동경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이었다.
호네크와 함께하는 첫 번째 곡은 슈미트의 4번 교향곡이었다. 호네크는 본격적으로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에 슈미트 4번 교향곡의 배경에 관해서 설명했다.
죽은 슈미트의 딸을 위한 레퀴엠이라고 얘기했다. 장례행진곡 인것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좌절, 후회, 탄식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움직임들이 화성의 색을 통해 짙게 구현된 곡이라고 했다.
호네크는 서서히 멎어가는 마지막 음을 조용히 끝내고, 특별히 10초간의 정적을 유지했다.
호네크의 해석에 내 소리를 녹여내는 과정에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어 쉬는 시간을 이용해 그에게 찾아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호네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라 독일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질문과 응답이 끝나고 동양인인 내가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해 하는 모습이 즐거웠다.
이 후 3일간 호네크와 함께 연주했다 음악 안에 살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