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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악의 기둥 HORN

2023년 1월 15일 오후 4시 20분
보통 음악가들은 솔리스트를 꿈꾸며 악기를 선택하고 시작한다. 나 또한 그랬었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본 오페라, 객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무대 아래의 공간 피트(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에서 반주하는 공간)에서 배우와 무용수들의 음악을 구사하고 있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나 혼자 소리 내고 주목 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리를 내는 일, 그 안에 묵묵히 자리잡고 “우리”를 빛내주는 작업에 관심이 갔었던 것 같다. 깊고 따뜻한 소리가 특징이고, 어느 악기와 함께 연주 되어도 어울릴 수 있는 악기인 호른을 선택하게 된 것도 그 이유이다.
호른이라는 악기는 오케스트라에서 합주 할 때 소리를 드러낸다는 생각보다 내 소리가 이 하모니의 기둥이 되어 틀을 잡는다는 생각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단 네 명이 연주하지만 수십 명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잡아주고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품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아카데미 단원으로 활동하며, 매 리허설과 매 연주마다 내가 돋보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소리를 더 들으려고 노력하고 화음의 한 음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어쩌다가 나오는 솔로 구절이 더 돋보이게 된다.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다.
지휘자도 우리의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연주가 끝나고 관객의 박수 갈채 안에 있을 때, 지휘자는 우리 호른 파트를 일으켜 세워준다. 좋은 역할이었다는 칭찬의 의미로 관객들에게 우리를 소개 하는 것이다. 단원으로 이만한 보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나오면서는 동료들과 오늘 연주에서 오늘 하모니가 잘 맞았다 그리고 너가 그 부분에서 나온 그 솔로 파트 참 아름다웠다는 등의 의견을 나누며 함께 음악 안에 있는 것, 그것이 오케스트라인 것 같다.
글 정원철 / 편집 이지호